글 작성자: Key Ryung

작년의 회고록은 2월이 돼서야 쓴 것을 보고 2022년의 회고록은 이번 해가 지나가기 전에 미리 써보려고 한다. 분명히 새해가 시작되기 전과 후는 바쁠 것이라는 예상과 새롭게 가는 곳에서 적응하기 위해 정신이 없을 것이란 느낌적인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지금 다시 2021년의 회고를 보면 난 팀원으로써, 개발자로서, 나 자신으로써도 많이 부족했다.

 

나에게 2022년은...
진짜 게임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2022년 전반전

2022년의 첫 시작은 비참했다. 새해가 시작되면 흔히 회사에서는 새로운 마음으로 산뜻하게 일을 시작하곤했지만 새해가 시작됨과 동시에 소문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회사 자금이 점점 바닥을 보이고 있다.
 
2021년의 마지막에 생각했듯이 이직하겠다는 마음은 굳건했다. 하지만 고민해야 될 것은 시기였다. 다 만들어 놓은 프로젝트가 엎어지고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에서 팀원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서서히 팀원들의 눈에서 '각자도생'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서서히 느껴지기 시작한 때라는 점에서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분위기에 편승하려는 것이 아닌가라는 걱정도 많이 들었던 시기였다.
 
다짐했다시피 옆그레이드가 아니라 업그레이드를 하고싶었다. 연봉이나 회사 규모를 떠나서 더 가파르게 성장할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나 간절했다. 그래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모두 마무리하고 깔끔하게 떠나자고 결정했다. 그렇게 기획했던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보니 3월이 덜컥 되었다. 정말 친했던 팀원들이 다른 회사에 오퍼를 받아 떠나기 시작했다.
 
회사 내부 사정이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최근 팀장이 된 분도 곧 퇴사해서 다른 곳으로 가신다고 갑작스럽게 얘기를 하시고 퇴사 결정을 내렸다. 이 와중에 시니어 백엔드 개발자로 오신 30년 경력의 팀장님이 오셨으나 5일 정도 일하시고 그만두셨다.
(Python 스택이셨는데 Java 스택의 기술들이 버겁다고 하셨다.)
 
이 와중에 떠나게 된 친한 동료가 소개시켜준 멘토링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마지막 배수진을 친다는 생각으로 신청했다. 무언가를 더 만들고 새로운 기술 스택을 익힌다고 해도 딱 그 정도일뿐 성장한다는 생각이 별로 안 들던 순간이었는데 멘토링을 받으면서 성장한다는 느낌을 조금씩 받기 시작했다.

 

회사 자금을 확보하기 위하여 이미 사용되고 있는 서비스의 완전한 기술이전이 체결됐다. 생각해보니 남은 백엔드 엔지니어는 나밖에 없었다. 구성원 중 서비스 자체를 기술 이전 해본 경험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기술 이전에 대한 범위를 정하기 위한 많은 논의 끝에 코드, 기술 문서를 넘겨주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코드를 한번도 커밋하지 않은 프로젝트였지만 이것이 마지막 프로젝트라는 생각으로 유종의 미로 마무리 짓기 위해 의존성에 따라 분석해서 코드를 정리하고 만들어져 있지 않았던 기술문서를 완성했다.
 
팀장님 퇴사 일주일 전 말씀하셨다. 아마 이 프로젝트의 끝은 실제 서비스를 구매하는 곳에 설치하는 것일 것이라고, 하지만 불가능한 일을 할 필요 없다고 그전에 나가야 된다고 하셨다.
 
이미 클라우드 서비스 자체에 의존성을 갖게 만들어 놓은 서비스인데 고객사에서는 클라우드를 사용할지 혹은 온-프레미스로 사용할지 아무것도 결정나지 않았고 자문을 맡길 회사를 구해 검수를 받을 예정이라고 전달받았다. 하지만 이것은 나와 상관 없는 일이라고 한편으로는 마음 먹고 있었다.
 
이 때쯤, 출근날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고 아니나 다를까 갑자기 전사 직원 대상으로 대표님과 일대일 면담이 진행되었다. 끝내 추가적으로 진행하던 투자와 더불어 자금줄이 모두 막히게 되어 구조조정을 진행하여 희망 퇴직을 받는 순간까지 왔다. 드디어 때가 왔고 이제는 다른 곳에서 시작해야 된다는 고민을 하면서 면담을 진행했다. 하지만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결국 기술 이전은 코드와 기술 문서의 이전을 넘어 서비스의 완전한 운영이 보장되어야 대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고객사가 요청했고 수락했다. 이 대금이 지급되지 않으면 구조 조정 대상에 들어가지 않아 남아있는 인원들에 대한 월급이 보장이 제 시간에 보장이 안된다고 했다.

 

정말 고민이 많은 상황이였다. 커리어를 끊김 없이 이어가고 싶었지만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대응하게 된다면 이직 타이밍부터 많은 부분이 어긋날 것이 눈에 보였다. 하지만 조금만 더 있으면 병역을 마무리 지을 수 있는 동료, 아이들이 있는 동료까지 생각했을 때 지금 나가는 게 옳은 것인가 아니면 내 앞길을 먼저 챙기는 게 맞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지금 바로 퇴사하겠다는 말이 계속 입 밖으로 나오려고 하는 점에서 나는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개발자로써도... 팀원으로써도...

 

이런 순간에서 누군가는 이기적이다,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이다라고 말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나 걱정보다는 나는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가에 대한 두려움이 앞섰다. 그래서 수락했다. 내 코드가 한 줄도 없는 프로젝트라도 내 통제 밑에 둘 수 있다고 갑자기 생각했다. 그렇게 증명해 보자는 다짐을 했다.

 

시작은 꽤나 순조로운 듯 보였다. 문서와 코드만 넘기면 고객사에서 잘 할 수 있다는 응답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처음에 뭔가 잘 돼 간다고 느끼는 만큼 후에 있을 힘듦과 비례하는 것이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고객사는 퇴사한 팀장의 예상대로 완벽한 설치와 운영을 보장하는 것을 원했고 그렇게 Task Force 팀이 만들어지고 참여하게 되었다. 다행히도 DevOps 개발자 분이 계셔서 DevOps를 주축으로 백엔드, 프론트, AI 까지 총 4명의 인원이 1년 반 동안 진행한 프로젝트를 클라우드에서 온-프레미스로 옮기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보통 얘기하는 코드의 유지 보수성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속해 있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에러 로그를 보지 않았었는데 몇달 동안 쌓인 30만건의 같은 에러 로그를 파악하여 수정하고 메모리가 지속적으로 부족해지는 현상에 대해 파악 후 수정하는 부분도 병행되었다.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는 온프레미스 환경에 온전히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일정이 시작되었다. 너무나 당연하게 클라우드를 통해서 쉽게 작업했던 일들에 시간이 계속 투자된다고 느껴졌다. 젠킨스를 통해 빌드하는 부분, ArgoCD를 통해 배포하던 것까지 모두 수동으로 진행했다. 하지만 이것보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클라우드에서 편하게 사용하는 서비스들에 대해서 의존성을 모두 끊어내야 했다. 오브젝트 스토리지에 대한 의존성, PubSub에 대한 의존성이 가장 걷어내기 쉽지 않았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설치 일자 전까지 매일매일 야근하면서 결국 온프레미스 환경에 모든 서비스를 옮기는 것을 준비하였고 설치 당일이 되었다.

 

개발에서 완벽한 것은 없다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설치 당일 '모든 준비가 완벽했다'라고 느꼈던 것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복선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고객사의 개발자분들과 전반적인 포팅 과정을 같이 진행하는 방향으로 얘기가 오고 갔고 이에 맞춰서 한 스텝씩 나가기 위해 먼저 서버를 데브 옵스 분께서 세팅하시고 AI/프론트엔드/백엔드가 후에 들어가는 시나리오였다. 중간중간 고객사의 네트워크 설정에 맞춰서 수정이 필요하고 규약을 논의할 필요가 있어서 딜레이 된 부분 이외에는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서비스의 완벽한 동작과 기존 데이터의 마이그레이션이었다. 그렇게 점심에 시작한 작업이 다음날 저녁에 되서야 끝이 났다.

 

그렇게 모든 퇴사 준비가 마무리되었다.

 

모든 것이 순탄하게 시작될 것 같았지만 퇴사 이후에도 관련 요청들이 계속 와서 대응하는 부분 때문에 3주 정도는 완벽하게 이직 준비모드가 되지는 않았다. 벌써 시간은 흘러 7월이 되어갔다.

 

2022년 후반전

전반전 종료 휘슬이 전에 막판 스퍼트를 달렸던 탓일까 체력적으로 쉽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목표와 전략을 세웠다.

 

일이 많아 힘들더라도 성장할 수 있는 곳으로 이직하자는 목표와 함께 힘든 와중에도 이어왔던 멘토링 관련 토이 프로젝트에 모든 것을 거는 배수진의 전략을 세웠다.

 

이런 판단이 가능했던 것은 구상한 전략 중에 가장 현실성이 있고 나라는 개발자에 대한 상품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었다. 구상한 이직 전략은 3개 정도로 압축할 수 있었다.

 

1. 옆그레이드를 생각하면서 기존에 알고 있던 기술들을 가지고 커리어를 계속 이어나가는 전략

2. 트렌드하게 사용하는 기술을 토이 프로젝트에 빠르게 접목하여 기술적으로 열려있으며 러닝 커브가 빠르다는 것을 강조하는 전략

3. 근본 기술들만 사용하여 해당 부분에 대하여 딥하게 파고들어 문제 정의/해결 능력을 강조하는 전략

 

1번 전략의 경우 성장할 수 있는 곳으로 이직하자라는 목표에 위배되므로 과감히 배제했다.

2번 전략은 이전에도 사용했던 이직 전략이었는데 신입인 경우 먹힐 수도 있지만 현재와 같이 애매하게 경력이 있는 경우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고 지향하고자 하는 성장과는 거리가 멀어 배제하는데 고민이 되지 않았다.

 

3번 전략을 통해 지금 당장은 느려 보이더라도 더 멀리 가긴 위한 초석을 다진다는 확신을 가지고 실행에 옮겼다. 무엇보다 시급했던 것은 토이 프로젝트의 완성이었다. 프로젝트가 완성되어야 성능 개선을 진행하는 경험을 할 수 있고 이를 이력서와 포트폴리오에 녹일 수 있었다.

 

프로젝트 진행 도중 같이 진행하시는 파트너 멘티는 다른 부분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프로젝트 진행에서 하차하셨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진행한다면 더 많은 것을 해볼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은 남았지만 적절하게 기획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결정하여 마무리를 목표로 달려 나갔다. 그렇게 토이 프로젝트 'YOUSINSA'가 시작되었다.

 

https://keydo.tistory.com/20

 

YOUSINSA 프로젝트

프로젝트 소개 MUSINSA, 29CM, ZIGZAG와 같은 패션 도메인의 E-commerce 서비스를 개발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웹 서비스 전반적인 개발을 진행하기보다 안정적으로 트래픽을 처리하기 위한 백엔드 개발을

keydo.tistory.com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목표 지점을 더 구체화하기 위하여 스스로 더 애착을 가지면서 내가 이런 서비스의 초기 개발자가 된다면 무엇을 만들어야 되고 왜 해야 되는지에 대한 부분을 명확히 하기 위해 사전 조사들을 많이 진행했다. 같은 도메인에 있는 여러 서비스들의 트래픽들도 파악해 보고 현실적으로 내가 만든 서비스가 초기에 어느 정도의 유저들이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리를 만들어나갔다.

 

그렇게 만든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포트폴리오를 작성했다. 이전에는 쓸 내용이 많이 없어서 하나라도 더 만들기 위해 쓰는 행위를 반복했다면 이제는 오히려 임팩트 있는 부분만 남기기 위해 많이 지워나간 것이 이전과의 차이점이었다.

 

계속 작성했던 이력서 목록들

 

그렇게 계속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깎아 내고 추가하면서 여러 버전들을 만들었다. 해당 과정에서 포트폴리오 리뷰하는 서비스도 받아보면서 다시 깎아냈다.

 

첫 면접을 게시했다. 이력서를 수정해나가면서 지원하는 것이 정석이었지만 금리와 관련된 여파로 인해서 투자 심리가 많이 위축된 것이 전반적으로 보일 정도로 채용을 줄이고 있는 것이 보였기 때문에 갖고 있는 카드가 몇 장 안 남았다고 판단했고 신중하게 지원한 결과 면접 보는 시기도 늦어졌다.

 

코로나가 끝나가는 시점이지만 주로 화상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면접 스터디도 참여하면서 다듬었지만 서류 탈락도 많았고 면접을 보자 부족함이 여실히 드러났다. 서서히 육체적, 정신적 피로도가 누적되어 지쳐가는 것을 느꼈지만 여기서 그만둘 수는 없기에 계속 지원을 해나갔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이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자신 혹은 자신이 해온 것에 대한 신뢰라고 생각이 들었다.

 

면접 과정에서 배운 점들은 따로 적어놓으려고 한다.

 

그렇게 탈락의 고배를 계속 마시고 있던 와중 3개의 회사에서 면접 제의가 비슷한 시기에 오게 되었다. 선택과 집중을 하자라며 나름대로 타협을 보려고 했지만 면접을 보면서 배우는 것도 많았기 때문에 시간차를 두고 모두 진행했다. 아직 경험이 많이 부족했다고 느꼈던 부분은 정말 가고 싶은 회사에서 면접을 진행하니 인터뷰 당일의 면접을 기다리는 시간이 정말 힘들었다. 힘들었던 이유는 생각이 정말 많아졌기 때문이다.

 

마치 여우가 포도를 보고 저 포도는 신 포도일거라 생각하는 것처럼 이 회사는 생각보다 별로일거야라고 그러니까 떨어져도 포기하지 말자라고 다짐도 해보고 다음 볼 회사가 더 좋을거야라고 위안도 삼아보았다. 모든 행동들이 긴장을 줄이는데 도움은 안 되었었다.

 


 

그렇게 2022년의 막차 이직을 목표했던 것을 이룰 수 있는 기업에 탑승하게 되어 현재도 다니고 있다. 2023년에는 더 많은 경험과 더 많은 학습과 더 많은 성장을 하기 위해 계속해서 달려나가야겠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도움과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모든 분들에게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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